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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 어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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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6-11-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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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고 말하기가 어색한 이유>

해외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아침부터 밤까지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호텔 엘리베이터나 동네 작은 카페에서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반갑게 눈인사를 건네고, 문을 잡아주거나 커피 한 잔을 건네받는 등 아무리 작은 일에도 고맙다는 인사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터져 나온다. 그 짧은 언어의 주고받음 속에서 우리는 묘한 온기를 느끼며 유쾌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우리 동네 엘리베이터나 회사 복도, 혹은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180도 뒤바뀐다. 정적만이 흐르는 어색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층수 표시판이나 스마트폰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식당이나 매장에서 서비스를 받거나 누군가가 문을 잡아주어도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당연하다는 듯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훨씬 더 익숙하다. 왜 우리는 해외에서는 입에 달고 살던 그 밝은 인사와 감사의 표현을, 정작 내 이웃과 동료, 내 사회의 사람들에게는 이토록 아끼는 것일까.

이러한 수줍은 침묵의 정체는 한국인의 인성 부족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 특유의 독특한 문화적 심리와 오랫동안 축적된 관계의 관성이 자리잡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르는 엄격한 마음의 경계선이다.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정서가 강한 우리 문화에서는 내 울타리 안의 사람에게는 지극히 헌신적이지만, 울타리 밖의 낯선 이에게는 선을 긋는 경향이 짙다.

다인종ㆍ다문화 배경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안전한 사람입니다”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인사와 감사를 일상화한 서구권과 달리, 우리는 확실한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의 인사나 표현을 다소 무례하거나 오지랖으로 받아들이곤 했던 것이다.

게다가 감사를 표현하는 일에 유독 박한 이유 중 하나는 ‘역할에 대한 당연함’을 바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일, 정해진 업무를 처리해 주는 일 등을 ‘돈을 지불했거나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 치부하면서 굳이 감사를 말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체면문화’와 심리적 방어기제도 한몫을 더 한다. 내가 먼저 반갑게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는데 상대방이 무덤덤하거나 못들은 척 지나쳤을 때 느껴질 그 쑥스러움, 즉 체면이 깎이는 리스크를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이다. "내가 표현했는데 안 받아주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은 말을 떼기도 전에 마음을 닫게 만든다.

또한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한다는 ‘이심전심’에 대한 과도한 신뢰나, 바쁜 현대사회에서 나만의 감정적 에너지를 보존하고 싶어 하는 방어적 심리 역시 인사와 감사를 가로막는 무거운 장벽이다. 마음속으로는 고맙고 반가우면서도 굳이 소리내어 표현하지 않는 것이 은연중에 습관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표현 없는 관계가 가져다주는 평화는 착시일 뿐이다. 인사와 감사가 사라진 공간에는 은연중에 어색함과 경계심이라는 차가운 공기가 흐른다. 반면, 아침에 주고받는 가벼운 인사와 작은 일에 건네는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승인하고 사회적 온도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자본이 된다.

이러한 표현은 상대에게 거창한 대가나 친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도 당신의 무사함을 봅니다”, “당신의 수고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최소한의 온기이자 존중의 표시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어색한 침묵의 습관을 어떻게 깨트릴 수 있을까. 변화는 인사를 받고 감사를 들은 사람들의 적극적 반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누군가 먼저 다가왔을 때 민망하지 않도록 눈을 맞추고 반갑게 응답해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안도감이 생긴다. 또한 인사와 감사를 ‘특별한 관계끼리만 나누는 특별한 언어’가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에티켓’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일의 터전에서 작은 눈인사와 함께 “좋은 아침입니다”, 작은 배려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는 연습이 쌓일 때 우리의 일상은 한층 부드럽고 따뜻해진다.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의 층수판 대신 옆 사람의 눈을 보며 먼저 작은 미소를 건네보고, 내게 문을 열어준 사람에게 따뜻한 “고맙습니다”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그 소박한 한 문장이 우리 사회에 건네는 온기는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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