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금융소비자보호법, 사후구제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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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6-10-26 10:26본문
<금융소비자보호법, 사후구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제정·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고 사후 구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금소법은 적합성ㆍ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금지, 부당권유행위금지 등 6대 판매 원칙을 마련하고 위법계약해지권과 자료열람요구권 등을 도입하는 등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그러나 판매 단계의 규율 강화만으로는 금융사고 이후 소비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보장하기 어렵다. 금융회사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전문성·경제력 격차를 고려하면 사후분쟁 해결절차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보완이 필요한 분야는 금융분쟁조정제도다. 현행제도에서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제시되더라도 양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여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결국 별도 소송을 통해 권리를 다퉈야 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전문적 법률인력과 충분한 분쟁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는 반면, 개별소비자는 소송비용과 장기간의 절차를 감당해야 한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제도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피해구제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 금소법에도 소액 분쟁에 대한 보완 장치는 마련돼 있다. 일반금융소비자가 신청한 일정 금액 이하의 분쟁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조정안을 제시받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소송을 제한하는 장치일 뿐 조정결정 자체에 금융회사를 구속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조정결정을 받아들이더라도 금융회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최종적으로 소송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는 여전히 남는다.
이 때문에 금융분쟁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가 조정결정을 받아들이면 일정한 요건 아래 금융회사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영국 금융옴부즈만서비스(FOS)는 소비자가 최종 결정을 받아들이면 금융회사가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다만 영국과 한국의 금융감독 및 사법체계가 다른 만큼 제도의 취지를 국내 여건에 맞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단순히 도입 여부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국내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따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금융·증권 관련 피해 사건에서 집단소송이 활용될 수 있지만 모든 금융분쟁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단일한 제도는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역시 개별법률과 관할에 따라 적용 요건과 범위가 다르다. 따라서 해외제도를 소개할 때는 제도의 존재 자체보다 다수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하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
입증책임도 중요한 과제다. 현행 금소법은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 금융회사 측의 입증 부담을 강화하는 장치를 두고 있지만, 모든 판매규제 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가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소비자는 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적합성ㆍ적정성 원칙이나 부당권유 등에서도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분별한 입증책임전환은 금융회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울 수 있으므로 위반유형과 증거접근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금소법 개정의 방향은 분명하다. 사전적 판매규제강화에 머물지 않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후구제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분쟁조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소액분쟁에 대한 합리적 범위의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다수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집단적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다만 소비자의 신속한 구제와 금융회사의 재판받을 권리 사이의 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한다면 적용 대상과 금액, 예외 사유, 조정절차의 공정성과 사법적 통제장치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신뢰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신뢰가 형성된다. 이번 금소법 개정논의가 보여주기식 보완에 그치지 않고 금융회사와 소비자 사이의 구조적 격차를 줄이면서 실질적 피해구제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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