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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팬덤정치가 삼킨 당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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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10-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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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정치가 삼킨 당내 민주주의>

정치인 주변에 열성적인 지지층이 형성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을 참여시키고 정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지와 결집은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지가 맹목적 추종으로 변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단계에 이르는 경우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논란이 되는 팬덤 정치의 핵심적 문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당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경쟁하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조직이다. 따라서 당내에서 지도부나 다수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이나 계파에 대한 충성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합리적인 비판마저 ‘배신’이나 ‘적대’로 규정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정치 현장에서는 정치인의 의정활동이나 발언에 항의하는 대규모 문자와 온라인공격이 논란이 되어 왔다.

시민이 정치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주의의 권리이지만 그것이 인신공격이나 지속적 괴롭힘으로 이어져 정치적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준이라면 별개의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가 당내 이견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았을 때 상당한 정치적 불이익이나 집단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정치인들은 논쟁적 사안에서 침묵하거나 다수의 분위기에 편승하게 된다. 정당의 결속이 구성원 모두의 동일한 생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토론하고 타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당내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팬덤 정치 문제는 정치인의 이해관계와 결합할 때 더욱 커진다. 공천과 당내 영향력을 의식하는 정치인이 지지층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면 국가적 의제나 정책의 장기적 효과보다 당내 지지층의 요구를 우선할 유인이 생긴다.

특히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는 차분한 정책논쟁보다 자극적 표현과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이 이러한 구조에 편승하면 정당은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지층의 감정과 요구에 반응하는 조직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물론 열성적인 지지층 전체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당원과 지지자 가운데에는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도 많다. 당원들의 활발한 참여가 지도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정당의 책임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결국 문제의 기준은 지지층 규모나 열정이 아니라 그 영향력이 당내 토론과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훼손하는지에 있다.

당내 민주주의의 약화는 정당 간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기 정당 내부의 다른 의견조차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정치 문화에서는 상대 정당과의 타협과 협상 역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정책경쟁보다 진영 간 대결이 앞서고 국회가 민생과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공간보다 정쟁의 무대로 비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피로와 불신이 커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러한 극단적 대립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태도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지지층의 열정적 참여를 존중하되 과도한 공격이나 괴롭힘까지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정당 역시 다양한 의견이 당내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토론과 숙의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당원참여가 확대되는 시대일수록 단순한 찬반동원을 넘어 정책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의 힘은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의견도 당을 위한 목소리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열성적 지지와 건전한 비판이 공존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팬덤의 정치참여를 억누르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정치적 열정이 이견의 억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것이 해법이다. 정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경쟁과 토론의 자산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 정치도 극단적 대립을 넘어 정책경쟁과 협상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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