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청년은 선거용 소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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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6-10-09 09:49본문
<청년은 선거용 소품이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 ‘청년’을 호출한다. 참신한 이력을 가진 2030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주거와 일자리 공약을 쏟아낸다. 당의 얼굴인 대변인단과 선거대책위원회에도 청년을 전진 배치한다. 낡은 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변화를 보여주기에 청년만큼 매력적인 소재도 없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선거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청년들은 어느새 무대 뒤로 밀려나고, 당의 의사결정권은 다시 기성 정치인들의 손에 돌아간다. 선거 때마다 청년을 앞세우지만 정작 권력은 내놓지 않는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청년은 정치의 주체라기보다 정치의 장식물로 소비돼 왔다. 문제는 청년 개인에게 있지 않다. 정치권이 청년을 키우는 방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선거를 앞두고 대중적 인지도나 상징성을 가진 청년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이벤트성 인재 영입’이 반복되면서 정당 내부에서 정치인을 길러내는 토양은 갈수록 빈약해졌다.
오랜 기간 당원으로 활동하며 지역과 당내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청년보다 방송과 언론에 노출된 청년이 주목받기 쉬운 구조다.
이렇게 들어온 청년 정치인은 독자적 정치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지역조직도, 당내 지지기반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과 당직을 결정하는 기성 권력에 의존하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자신을 발탁한 정치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정치적 생존에 유리해진다. 청년정치의 세대교체가 오히려 기성정치의 재생산 수단으로 변질되는 역설이다.
청년에게 정치는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이기도 하다. 선거비용과 조직구축에 필요한 자원은 자산형성 기간이 짧은 청년에게 높은 진입장벽이다. 기성 정치인이 오랜 시간 다져온 지역조직과 인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도 어렵다.
청년 공천 확대나 기탁금감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더라도 공천을 받은 뒤 실제 정치적 자립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청년은 기성 정치인이 마련한 판 위에서 경쟁해야 하고, 공천권을 가진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 구조가 지속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청년 정치인만이 아니다. 정치 자체가 미래의 변화를 놓치게 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인공지능과 산업전환, 주거와 노동의 변화, 기후 위기처럼 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의제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변화를 가장 오랫동안 감당해야 할 세대가 정치의 핵심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충분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청년정책이 단기현금지원이나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방식에 머무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면서 청년에게 결정권은 주지 않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청년을 선거용 상품으로 소비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한 것은 선거 때 몇 명의 청년을 영입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정당 안에서 청년이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시적 생태계다. 청소년과 청년 당원이 정책과 정무를 배우고, 당내 의사 결정과 작은 선거부터 경험하며,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당과 정치자금제도 역시 청년의 지속적 정치참여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공천 과정에서도 단순히 청년 비율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이 기성 정치인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 정치는 선거판의 인테리어가 아니다. 정당의 얼굴을 젊게 만드는 장식품도 아니다. 정치의 미래를 실제로 결정할 주체다. 선거 때마다 청년을 불러내 사진을 찍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치워버리는 정치는 더 이상 세대교체라고 부를 수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권한이고, 한 번의 기회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다. 청년을 소비하는 정당은 결국 미래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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