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청탁금지법 10년, 법의 빈틈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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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6-10-08 08:56본문
<청탁금지법 10년, 법의 빈틈을 다시 묻는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교과서적 명제는 현실의 문턱 앞에서 때로 흔들린다. 청렴 사회의 이정표로 평가 받아온 청탁금지법이 2026년 시행 10년을 맞았다. 이 법은 공직사회의 접대와 청탁 관행에 제동을 걸고 ‘각자 계산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행 10년을 맞은 지금, 법이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 금품 제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규율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 배우자의 고가 선물 수수를 둘러싼 논란은 청탁금지법의 규율 범위와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행 청탁금지법 제8조 제4항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에게 금지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받기로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따라서 배우자의 금품 수수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8조 제4항을 위반한 배우자 본인에게 직접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별도의 제재 규정은 없다. 대신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금지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되면 신고하고 반환ㆍ인도하거나 거부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는 금품의 성격과 가액 등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금지 규정은 존재하면서도 그 위반행위를 한 배우자 본인에게 직접 제재를 가하지 않는 현행 제도의 구조와 그 실효성에 있다.
그렇다고 현행법이 배우자를 통한 금품 제공을 전혀 규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제공자는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실제 사건에서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공직자가 알고 있었는지, 그 금품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돼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은밀하게 이루어진 금품 제공일수록 이러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는 ‘배우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단순한 비판보다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 금품제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공직자의 신고 의무를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시행 이후 사회ㆍ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음식물과 선물 등의 가액 기준을 조정해왔다. 이러한 현실화 자체를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가 정상적인 사교와 의례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현실을 반영하는 것 역시 입법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액 기준의 조정과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은 별개의 과제다. 앞으로는 허용 가액의 조정과 함께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 금품 제공, 공직자의 신고ㆍ처리 의무, 직무 관련성 판단 등 법 집행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의 본래 취지가 공직 수행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면, 그 취지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끊임없이 따져야 한다.
제도보완 역시 신중해야 한다. 현행 청탁금지법이 금품 수수와 관련해 직접 규율하는 가족 구성원은 배우자이며, 직계존비속 등 다른 가족에게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도를 확대하더라도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넓히는 방식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공직자의 직무와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는 금품 제공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제공자의 이해관계와 금품의 성격ㆍ규모, 공직자의 인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공직자의 신고와 반환 등의 의무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10년은 이 법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돌아볼 시점이다. 이 법은 우리 사회의 접대와 청탁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면서도 그 위반행위를 한 배우자 본인에게 직접 제재를 가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도 드러냈다.
법의 권위는 처벌의 강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그 기준이 예측 가능하며, 법의 빈틈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청탁금지법의 다음 10년은 바로 이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지와 제재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우회적 청탁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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