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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쇼윈도에 갇힌 양해각서, ‘정상외교 딜레마’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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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10-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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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에 갇힌 양해각서, ‘정상외교 딜레마’를 깨라>

대한민국 정상외교의 귀국길은 늘 화려하다. 수십 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기대액,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 수십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이 순방 직후 쏟아진다. 정상외교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새로운 시장을 여는 중요한 수단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MOU와 실제 경제적 성과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관행이다.

MOU는 계약이 아니다. 협력 의향을 확인하고 후속 협상을 촉진하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사업의 타당성이나 금융 조달, 인허가, 지정학적 위험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순방 당일 몇 건을 체결했는지가 아니라, 그 문서가 이후 어떤 사업으로 이어졌는지가 진짜 성과가 되어야 한다.

과거 사례는 이 간극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2년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체결된 MOU 가운데 73건을 분석한 국회 자료에서는 실제 사업 계약으로 발전한 것이 11건, 종료됐거나 진척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 62건으로 나타났다. 후자의 비율은 84.9%였다. 다만 이는 당시 시점의 사업 현황을 기준으로 한 수치이지 모든 자원외교사업의 최종 성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2016년 이란 경제외교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부는 약 371억 달러, 당시 환율로 약 4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참여가 추진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당수는 MOU 단계였고 본계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후 2018년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와 대이란 제재 복원은 금융ㆍ결제와 사업 추진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MOU 실패’가 아니다. 정상외교로 문을 열어도 실제 사업에는 기업이 감당해야 할 사업 위험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제도ㆍ외교적 위험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MOU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정상외교의 패러다임을 ‘체결’에서 ‘이행’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선 MOU를 사업단계별로 관리해야 한다. 단순협력 의향, 타당성 조사, 우선협상, 금융 약정, 본계약, 실제 투자ㆍ착공을 구분해 정부가 성과를 발표해야 한다. 수십 건의 MOU와 수십 조원의 기대효과를 하나의 숫자로 묶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둘째, ‘MOU 사후 관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체결 후 6개월, 1년, 2년 단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일정기간 실질적 진전이 없는 사업은 재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사업의 책임과 기록이 단절되지 않도록 인수인계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기업을 대신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줄이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수출금융과 무역보험, 정책금융, 상대국 정부와의 협상 등을 통해 국가·제도적 위험을 낮추되, 정상외교와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금융지원을 자동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결국 정상외교의 성과지표도 바뀌어야 한다. MOU 체결 건수가 아니라 본계약 전환율, 실제 투자액과 수출액, 매출과 고용 등으로 몇 년 뒤 성과를 추적해야 한다.

화려한 양해각서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 종이 한 장을 성과의 끝으로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정상외교의 진짜 성적표는 정상들이 악수하고 카메라가 떠난 뒤 작성된다. 몇 년 후 실제 계약이 체결되고 투자가 이뤄지며 기업의 매출과 일자리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외교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정상외교도 ‘몇 건을 따냈는가’가 아니라 ‘몇 건을 끝까지 이행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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