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5극 3특, 지방의 블랙홀은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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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10-05 09:21본문
<5극 3특, 지방의 블랙홀은 막을 수 있나>
대한민국의 국토는 오랫동안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왔다. 인구와 일자리, 기업과 대학, 의료와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인구감소를 넘어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이제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지역 격차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
현 정부가 내놓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이러한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ㆍ동남권ㆍ대경권ㆍ중부권ㆍ호남권을 5대 초광역 성장권으로 육성하고, 제주ㆍ강원ㆍ전북은 특별자치도의 특성을 살려 별도의 성장축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시ㆍ도 단위로 나뉜 균형발전에서 벗어나 산업과 교통, 교육과 의료를 광역권 단위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문제는 실행이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지방 안에서 벌어질 또 다른 ‘빨대효과’다.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인구와 기업이 초광역권의 거점도시에만 몰린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청년과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 수도권 일극을 깨고 지방 내부의 일극을 만드는 것이라면 균형 성장의 취지는 퇴색한다.
따라서 5극 3특의 성패는 거점도시를 얼마나 크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거점의 성장이 주변 지역으로 얼마나 확산되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지역의 낙후도와 인구감소 정도를 고려한 차등지원방식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 예산과 기업, 일자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바꾸는 일이다.
지자체 간 주도권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초광역 협력은 청사 위치부터 산업 배치, 교통망과 예산 배분까지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과거 부울경 메가시티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던 경험은 지역간 협력이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협력을 요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권한과 재정을 명확히 배분하고, 공동사업에 참여할수록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 경계할 것은 과거식 토건 중심 균형발전이다. 철도와 도로, 산업단지를 아무리 늘려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수도권 본사로 빠져나간다면 지방은 여전히 생산기지에 머문다. 기업의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 지역 금융과 대학, 의료와 교육이 함께 성장해야 지역에 소득이 남는다. 청년에게 지역에 살라고 요구하기 전에 지역에서도 좋은 일자리와 교육, 의료와 주거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특별자치도 역시 이름만 특별해서는 안 된다. 제주ㆍ강원ㆍ전북은 지리적ㆍ산업적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지역특성에 맞는 실질적 권한과 재정, 규제 특례가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광역권 중심의 거대한 전략 속에서 기초지자체와 농산어촌의 생활서비스가 뒷전으로 밀려도 안 된다.
결국 5극 3특은 거대한 청사진보다 디테일의 싸움이다. 정부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3% 이상, 비수도권 GRDP 50% 이상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숫자만으로 균형 성장의 성공을 판단할 수는 없다.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지, 지역기업이 성장해 소득을 지역에 남기는지, 거점도시의 성장이 주변 지역의 쇠퇴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봐야 한다.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블랙홀을 다섯 개의 블랙홀로 쪼개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다. 5극 3특의 목표는 다섯개의 거대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사람이 살고 기업이 성장하며 소득이 순환하는 다극형 국가를 만드는데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한을 넘겨주는 것과 함께 재정과 인재를 넘겨주고, 성장거점에 투자하는 동시에 그 주변의 낙후지역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
결국 5극 3특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계획을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의 흐름을 실제로 바꾸고, 지방 안의 또 다른 집중을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균형발전을 균형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이 현실이 되려면 이제 설계도가 아니라 지역의 일자리와 인구, 소득의 변화로 답해야 한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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