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모자란 의석수로 외치는 개헌, 누구 위한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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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6-10-01 09:00본문
<모자란 의석수로 외치는 개헌,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정치권이 또다시 ‘개헌’이라는 오래된 카드를 꺼내 들었다. 4년 중임제와 권력구조 개편 등의 이야기가 정치권과 언론을 오가고 있다.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자는 개헌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헌법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고쳐나갈 수 있는 국가의 기본 규범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헌은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라면 정치적 명분뿐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의 압도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개헌안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개헌안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확정된다.
결국 개헌은 어느 한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의지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폭넓은 합의를 만들어내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헌정의 대형 프로젝트다. 따라서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라면 먼저 어떻게 국회의 동의를 확보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특히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더욱 그렇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문제만 해도 대통령의 책임성과 정책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직 대통령에게 재선의 기회를 주면서 대통령 권력이 선거와 결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장점과 위험을 함께 따져보고 권력분립과 견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까지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도 개헌 논의가 때때로 구체적 실행 계획보다 정치적 구호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개헌은 ‘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유지할 것인지, 국회에서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지, 국민에게 어떤 이유로 동의를 구할 것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개헌을 진정으로 추진하려면 정치권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에게 헌법을 바꾸자고 요구하면서 정작 정치권 스스로는 상대정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외면한다면 개헌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어렵다. 개헌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논의라면 그 과정 역시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여야 한다.
특히 개헌을 추진하는 정당이라면 내부 혁신과 민생성과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권력구조 개편만 앞세운다면 국민에게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논의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정치가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개헌논의 역시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개헌은 정치권의 외부 확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치의 기본 틀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따라서 ‘몇 석을 확보했느냐’만이 개헌의 전부는 아니지만, 국회의 헌법상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현실적인 정치 기반이 있는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개헌안을 실제로 통과시키려면 결국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헌논의를 의석수만으로 재단해서도 안 된다. 현재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개헌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먼저 충분히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적 합의를 넓혀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국민에게 왜 헌법을 바꿔야 하는지 설명하고, 어떤 헌법을 만들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다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 가능한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판단을 구해야 한다. 개헌은 정치권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선물이 아니라 국민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국가의 기본 질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헌 논의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민생 현안이 어려울 때마다 새로운 정치 의제를 던져 관심을 돌리거나, 상대 정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헌을 활용한다면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개헌이 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헌법적 논의가 되려면 정치권 스스로 그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요란한 개헌 구호가 아니다. 왜 바꿔야 하는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바꾸면 국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솔직하고 구체적인 설명이다. 개헌은 숫자의 정치이면서 동시에 합의의 정치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라는 높은 문턱은 헌법을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이기도 하다. 그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의석수 이상의 정치적 설득과 타협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개헌이라는 말을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개헌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과 국민적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당의 혁신도 필요하고 여야의 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유능한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개헌은 정치인의 선언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국민의 동의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의석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합의를 만들어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면 설득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을 대하는 정치권의 책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만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개헌이며,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를 국민 앞에 분명히 답하는 일이다. 권력 편의를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헌이라면 정치권은 구호가 아니라 책임으로 그 길을 증명해야 한다.
개헌은 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개헌논의 자체를 정치쇼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진지한 국민적 토론이다. 정치권이 그 과정을 충실히 밟을 때 비로소 개헌은 공허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헌정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로리더(https://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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