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 홈
  • 커뮤니티
  • News & Event

[칼럼 - 정완 교수] 5년 단임제, 쉽게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9-30 09:30

본문

<5년 단임제, 쉽게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단순히 행정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1987년 민주화의 격변 속에서 탄생한 헌법의 산물이며, 권력의 장기화를 막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4년 중임제나 연임제 등 대통령 임기제 개편논의가 제기되고 있지만, 제도를 바꾸기 전에 우리가 왜 지금의 제도를 갖게 되었는지부터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대통령직선제를 비롯한 민주적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운동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여야 합의를 거쳐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새 헌법이 마련됐다.

당시 개헌 논의에서는 대통령 임기와 중임 여부를 놓고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최종적으로 5년 단임제가 헌법에 담겼다. 새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조정하는 한편 국회의 국정감사권을 부활시키고, 헌법재판소를 신설하는 등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5년 단임제를 단순히 ‘비효율적 제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권력의 장기화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 여러 차례 개헌 과정에서 대통령의 임기와 선출 방식은 권력자의 집권과 밀접하게 연결됐고, 특히 유신체제와 군부권위주의 시기에는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택하지 못하는 제도가 운영되기도 했다. 1987년 개헌은 바로 이러한 과거와 결별하고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헌정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이었다.

물론 5년 단임제가 완벽한 제도라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이 한 번만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의 장기적 성과를 국민이 다시 평가할 기회가 제한된다. 임기 후반에는 이른바 레임덕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주기가 달라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는 문제 역시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개헌 논의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현행헌법이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변화에 맞는 헌법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중임이나 연임을 허용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신중함을 요구한다. 대통령이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제도에서는 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행정적ㆍ정치적 영향력이 다음 선거와 결합될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인사권과 행정권, 정책결정권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 재선 또는 연임을 목표로 움직일 경우 국정운영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중임제나 연임제를 도입하면 반드시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뜻은 아니다.

선거관리제도와 권력기관의 독립성, 정치자금제도,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성 등 여러 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한다면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임기제 하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재집중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있다.

그런 점에서 개헌 논의의 출발점은 ‘어떤 임기제가 더 효율적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우리 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먼저 살펴보고, 어떠한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과 권력분립, 공정한 선거,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장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제도에 대한 불신만 앞세우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아무리 정교한 헌법을 만들어도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헌법정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취지는 쉽게 훼손될 수 있다.

반대로 권력기관이 법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들인다면 현행제도에서도 얼마든지 국정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5년 단임제를 무조건 신성시하거나 반대로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로 치부하는 일이 아니다. 1987년 헌법이 왜 만들어졌고, 그 헌법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역할을 했으며, 현재 어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헌법이 권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사실이다. 임기제 개편이 필요하다면 특정 정치세력이나 현직 권력자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재출마가 가능해지는 순간 어떤 견제장치를 함께 마련할 것인지,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선거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1987년 헌법은 국민의 거대한 민주화 요구와 정치권 합의를 통해 만들어졌다.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역시 그러한 시대적 선택의 결과였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때보다 훨씬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교훈까지 낡은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제도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권력의 집중을 막고 국민이 주권자로서 권력을 통제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개헌은 바꿀 수 있는 조항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를 확인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5년 단임제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그 방법을 찾되, 권력의 장기화와 재집중이라는 위험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약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헌법을 고치는 일에는 언제나 더 많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것이 1987년 민주화가 오늘의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헌정의 교훈인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5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