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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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6-09-21 09:53본문
<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 인류역사상 이 세 가지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인간은 드물다. 그중에서도 타인을 움직이고 공동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는 강력한 자극이다.
흔히 우리는 평소에는 겸손하고 올바르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른 뒤 안하무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권력의 맛을 보더니 본색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과 신경과학은 이를 단순히 숨겨진 본성이 드러난 결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권력은 실제로 인간의 주의력, 공감, 위험 인식, 타인에 대한 판단과 행동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말에 일정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타인의 관점을 바라보는 능력이다. 여러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는 권력감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목표와 행동에 집중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감정에 주의를 덜 기울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를 두고 ”권력자의 미러뉴런이 마비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공감은 특정한 하나의 뇌세포가 담당하는 기능이 아니라 여러 뇌영역과 인지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호르몬과 생리적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은 사회적 지위, 경쟁, 스트레스와 관련된 대표적 호르몬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의 변화가 이러한 호르몬 변화와 연관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권력을 얻었다고 해서 누구나 테스토스테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코르티솔이 급격히 감소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과 상황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권력의 더 큰 위험은 현실과의 거리에서 발생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솔직한 의견을 전달하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다.
비판보다 칭찬을 자주 듣게 되면 자신의 판단이 실제보다 정확하다고 믿기 쉬워지고, 잘못된 결정을 수정할 기회도 줄어든다. 결국 문제는 아첨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흐름이 왜곡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 연구자들은 장기간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자신감과 현실 인식의 왜곡을 ‘허브리스(hubri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다만 이는 현대의학에서 널리 인정되는 독립적 정신질환 진단명은 아니다. 따라서 모든 권력자에게 적용되는 증후군이라기보다 권력과 과도한 자신감의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고 권력이 반드시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개인의 성품과 자기통제력, 조직문화, 권력의 분산 정도, 비판을 받아들이는 구조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책임감 있는 사람이 권력을 행사할 경우 더 큰 책임을 수행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완벽한 인간에게 권력을 맡기는 대신, 불완전한 인간의 권력을 통제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권력을 여러 기관에 나누고 서로 견제하게 하며, 법과 절차를 통해 권력행사를 제한하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을 것이다”라는 믿음에 사회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막강한 권력을 장기간 행사하면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권력의 가장 큰 위험은 사람이 갑자기 괴물로 변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데 있다. 따라서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는 권력자를 불신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출처 : 로리더(http://www.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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