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인사청문회는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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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6-09-14 16:41본문
<인사청문회는 왜 필요한가>
인사청문회는 공직이라는 엄중한 자리를 맡을 사람을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중요한 민주주의제도다. 장관 후보자가 국가의 미래를 이끌 철학과 비전을 갖추었는지, 해당 직무를 수행할 역량과 도덕성을 갖추었는지를 묻고 듣는 자리다. ‘들을 청(聽)’과 ‘들을 문(聞)’을 이름에 담고 있는 것처럼, 청문의 목적은 후보자를 몰아세우는 데 있지 않다.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정치에서 인사청문회가 과연 이러한 기본원칙에 충실한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날선 공방과 자극적 폭로, 고성이 정책검증을 압도하고, 청문회가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검증의 장이라기보다 여야가 서로의 정치적 우위를 겨루는 정쟁의 무대로 비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인사청문 정국은 또 다른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후보자의 거취가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정작 국민이 후보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기회가 사라지는 경우다.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용혜인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여러 논란과 정치적 부담이 제기된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사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질문이 있다.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채 후보자가 물러났다면, 과연 국민은 무엇을 검증한 것인가.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반드시 후보자를 임명하는데 있지 않다. 부적격한 후보자를 걸러내는 것도 청문의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의혹이 사실인지, 후보자의 해명은 무엇인지, 정책과 국정수행 능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후보자가 사퇴했다는 결과만 남고 그 판단의 근거와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증이라기보다 정치적 판단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후보자의 도덕성과 과거 행적을 검증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나 재산형성 과정, 이해충돌 가능성, 과거의 부적절한 언행은 공직수행 능력과 국민적 신뢰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할 문제도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 역시 구체적 사실과 근거를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 질문보다 폭로가 앞서고, 답변을 듣기도 전에 정치적 결론이 내려진다면 청문회는 본래의 기능에서 멀어진다.
이번 사태는 후보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보여준다.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답해야 한다. 청문회는 후보자에게 의혹에 답하지 않을 권리를 주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자신이 왜 그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은 후보자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낙마 자체를 정치적 성과로 여기는 순간 검증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물러났느냐가 아니라 왜 부적격한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었느냐이기 때문이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후보자의 결함을 무조건 감싸거나 의혹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후보자를 지키는 것 자체를 정치적 성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여야가 서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데만 몰두한다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는 오히려 줄어든다. 야당의 공격이 과도하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여당이 후보자를 방어한다고 해서 후보자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정치적 승패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검증이다.
특히 정치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자극적 문법에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짧고 강한 발언, 상대를 압도하는 장면, 결정적 한마디가 긴 정책설명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 의원들에게도 차분하게 정책을 검증하는 것보다 주목받는 장면을 만드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 검증이 조회수와 화제성을 경쟁하는 무대가 되는 순간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결과다.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보자의 치명적 정책적 결함이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사소하거나 과장된 의혹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가 묻힐 수도 있다. 결국 정치권이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동안 국민은 후보자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 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남겨질 수 있다.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채 후보자가 사퇴하는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면 무엇이 부적격의 근거였는지를 설명해야 하고, 후보자에게 충분히 해명할 기회가 필요했다면 그 역시 국민 앞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검증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만큼 정치권은 어떤 사실과 판단을 근거로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청문없는 청문회’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던진다. 어쩌면 우리는 ‘청문회 없는 낙마’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후보자의 거취가 정치적 부담과 여론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고, 정작 국민이 후보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기회는 사라진다면 인사청문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모든 후보자가 반드시 청문회장에 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퇴라는 정치적 결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 역시 국민의 신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한 후보자의 사퇴와 인사청문제도의 기능은 별개의 문제다.
후보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검증의 쟁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은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못했는지, 어떤 판단을 근거로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도덕성 검증과 정책ㆍ역량 검증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신공격이나 근거없는 의혹제기를 줄일 수 있도록 절차를 보완하고, 후보자의 정책과 직무수행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시간과 자료도 확보해야 한다.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경우에도 국민이 검증 과정과 판단의 근거를 알 수 있도록 정치권의 설명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만 고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청문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질문하는 국회의원은 자신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판단을 돕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후보자 역시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한 방어기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인사청문회의 주인공은 국회의원도 후보자도 아니다. 그 자리를 지켜보는 국민이다. 질문하는 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묻고, 후보자는 국민을 향해 답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그 답을 듣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다.
듣지 않는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 묻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고, 답을 듣기도 전에 낙마를 정치적 승리로 선언하는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청문(聽聞)은 묻고 듣는 일이다. 이제 국회는 청문회장을 정쟁의 무대가 아니라 경청과 검증의 공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후보자의 적격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국회 역시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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