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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말 타면 견마잡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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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6-09-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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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면 견마잡히고 싶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가 끝일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갈망한다. 결핍을 느낄 때의 갈망은 생존을 위한 본능에 가깝다. 배가 고프면 밥을 찾고, 추우면 옷을 찾는다. 그러나 생존의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갈망은 욕망으로 모습을 바꾼다. 욕망은 채워질 수 없는 밑 빠진 독과 같다. 하나를 얻으면 둘을 원하고, 둘을 얻으면 전부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오랜 속성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간결하고도 날카로운 속담으로 포착했다. 바로 “말 타면 경(견)마 잡히고 싶다”라는 말이다. 먼 길을 맨발로 걷던 이에게 말(馬) 한 마리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쁠 것이다. 부르튼 발을 보며 한탄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몇 배는 빠르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말 위에 올라탄 첫날은 감격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력은 무서우리만큼 빠르다. 며칠이 지나면 말 위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피곤해진다. 고삐를 쥐고 있는 손귀가 아프고, 말갈기에 쓸리는 허벅지가 쓰려온다. 그때부터 새로운 욕망이 싹튼다. '누군가 내 말의 고삐를 대신 잡아준다면 얼마나 편할까.' 이제 그는 걷지 않게 된 조그만 행운에 감사하기보다, 자신을 대신해 말의 고삐를 끌어줄 하인(견마)의 부재를 아쉬워하기 시작한다. 만족의 순간은 짧고, 새로운 불만족의 굴레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속담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현대인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 과거 왕들이 누리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의료와 통신, 교통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현대인이 과거의 인류보다 더 행복해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에 적응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또 다른 결핍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소비문화는 이러한 인간의 ‘경마 잡히고 싶은 마음’을 교묘하게 자극하며 성장한다. 걸어 다니던 사람은 경차라도 한 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막상 차를 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조용하고, 더 넓고, 더 값비싼 중형차와 대형차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전세방에서 시작한 신혼부부는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열심히 달린다. 그러나 평수를 넓혀 내 집을 사고 나면, 이번에는 더 좋은 학군과 더 화려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강남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상실감을 느낀다.

욕망의 자라남은 비단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권력과 명예, 사회적 지위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대리가 되면 과장이 되고 싶고, 임원이 되면 사장이 되고 싶다. 끝내 정상에 오른 이들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큰 권력을 탐하거나 타인을 억압하기도 한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다보는 경치는 아찔해지고, 가져야 할 것은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욕망은 인류에게 해악이기만 한 존재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역설적으로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했다.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편한 것, 더 효율적인 것을 추구했기에 과학이 발전하고 문명이 싹텄다. 말이 힘들어서 경마를 잡히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이 마차를 만들었고, 자동차를 발굴했으며, 오늘날의 자율주행 차를 탄생시켰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탐구심이 없었다면 인류는 여전히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있다. 욕망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나를 끌고 가기 시작하면, 삶은 불행의 연속이 된다. 경마를 잡히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은 지금 내가 말을 타고 달리는 행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의 눈은 오직 말 앞에 서서 고삐를 잡아야 할 하인의 뒷모습만을 좇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자신이 얼마나 편안하게 이동했는지 알지 못한 채, 불만과 짜증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행복의 비밀은 욕망의 크기를 줄이거나, 이미 가진 것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내가 탄 말의 단단한 등받이를 느끼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쾌감을 만끽하는 것이 먼저다. 하인을 두어 고삐를 맡기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며, 설령 하인을 두지 못한다 한들 내가 말을 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말을 타고 거친 세상을 달리고 있다.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고삐가 무겁고 귀찮게 느껴진다면, 잠시 고개를 돌려 내가 맨발로 흙바닥을 걷던 시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걷는 자 위에는 타는 자가 있고, 타는 자 위에는 부리는 자가 있다. 그 끝없는 계단 위에서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면, 지금 내가 탄 말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만족의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욕망을 통제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말 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법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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