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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우주사진은 ‘진짜 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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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6-08-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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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진은 ‘진짜 색’이 없다>

요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보내오는 우주의 색깔은 눈이 시릴 정도로 굉장히 화려하다. 심연의 어둠 속에서 피어난 주황빛 성운과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찬란하게 소용돌이치는 은하들의 이미지는 인류에게 시각적 충격과 경외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이 화려한 색채를 보며 대중은 우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화면 속에 펼쳐진 우주의 모습은 사실일까? 우리가 보고 있는 저 색깔들은 정말로 우주에 그대로 존재하는 진짜 색일까?

만약 사람이 제임스웹 망원경이 있는 우주 한복판으로 가서 맨눈으로 그 성운들을 직접 바라본다면, 커다란 실망감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화면에서 보았던 화려한 오색빛깔은커녕, 그냥 뿌연 흑백 먼지구름이나 희미한 안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최고의 기술로 포착해 낸 경이로운 풍경은 인간의 생물학적 눈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가상의 풍경에 가깝다.

이러한 괴리는 우주가 인류를 속였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시각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의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존재하는데 색을 식별하는 세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한 빛이 있어야만 작동한다. 밤하늘의 성운이나 은하에서 오는 빛은 지구에 도달할 때뿐 아니라 우주공간 자체 내에서도 인간의 눈이 느끼기에는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결국 어두운 밤 방안에서 가구들 색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회색조로 보이는 것처럼 인간의 눈은 어둠 속에서 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형태와 명암만을 인지하게 된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빛을 축적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깊은 우주는 본질적으로 칠흑 같은 흑백 세계일 뿐이다.

더구나 제임스웹 망원경이 관측하는 빛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맨눈과의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을 촬영하지 않는다. 이 망원경은 가스와 먼지구름을 뚫고 나오는 아주 길고 희미한 파장인 ‘적외선’을 포착하도록 설계되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이라는 좁은 감옥에 갇힌 인간의 눈으로는 애초에 인식조차 불가능한 영역의 빛이다. 존재하지만 인간이 볼 수 없는 이 빛을 시각화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고도의 번역 과정을 거친다.

적외선 파장 중 상대적으로 긴 파장에는 붉은색을, 짧은 파장에는 푸른색을 임의로 매칭하는 식이다. 결국 우리가 화면으로 보는 우주의 보라색, 주황색, 초록색은 과학자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인간의 눈높이에 맞추어 인위적으로 지정한 색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료되었던 우주 사진들은 전부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꾸며낸 가짜 색에 불과한 것일까? 과학은 이 의문에 대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완전히 꾸며낸 가짜 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주에는 성분을 가진 가스와 별이 존재하므로, 그 고유의 빛과 에너지 파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공간을 채우고 있는 수소, 산소, 황, 질소 같은 거대한 가스 원소들은 저마다 고유한 에너지 파장을 끊임없이 내뿜고 있다. 이 파장은 우주가 자신들의 성분과 상태를 알리기 위해 우주공간에 부르는 고유한 ‘언어’와 같다. 단지 인간의 감각기관이 너무 둔하여 그 빛을 알아채지 못할 뿐 정보 자체는 우주에 실존하는 엄연한 데이터이다.

결국 제임스웹 망원경이 한 일은 우리 눈이 너무 어두워서 못 보는 것을 망원경이 붙잡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색으로 번역(시각화)해 준 것이다. 성운의 화려한 색상들은 단순한 시각적 미화나 조작된 예술품이 아니다. 어느 곳에 어떤 원소가 얼마나 밀집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우주 성분을 고스란히 담은 ‘과학적 컬러지도’인 것이다. 만약 이 번역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인류는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차가운 흑백의 노이즈나 숫자의 배열만을 마주했을 것이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우주의 ‘진짜색’을 보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한계를 기술을 통해 뛰어넘어 우주가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성분과 역사의 기록을 ‘색’이라는 기호를 빌려 읽어내고 있을 뿐이다. 맨눈으로 보면 흑백이라는 사실은 인간 눈의 한계이지 우주의 한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화려한 우주사진은 가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진실을 인간의 시각으로 승화시킨, 과학과 인류가 도달한 가장 아름다운 타협점이자 위대한 번역서인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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