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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고양이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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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6-08-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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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매년 8월 8일이면 세계 곳곳의 반려인들은 ‘국제 고양이의 날’을 맞아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양이에게 애정을 표현한다. 유기묘 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 날은 한편으로 인간에게 오래된 질문 하나를 던진다. 우리는 왜 이 작은 생명체에게 이토록 깊이 매혹되고, 또 위로받는가.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가축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인간 곁으로 들어왔다. 소는 밭을 갈고, 양은 털을 내어주며, 개는 사냥과 경비를 도왔다. 이들은 인간이 필요에 따라 길들이고 번식시키며 오랜 시간 선택교배를 거친 존재들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약 1만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곡식을 저장하는 마을에는 설치류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를 사냥하기 위해 야생 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인간의 생활권 주변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먼저 포획해 길들인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공존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자기 가축화’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설명한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선택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기에 스스로 거리를 좁힌 존재라는 점에서 고양이는 다른 반려동물과 뚜렷이 구별된다.

이러한 독특한 공진화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고양이를 인간의 완전한 소유물도, 그렇다고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닌 독특한 위치에 놓았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고양이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들은 지배와 복종이라는 익숙한 관계의 틀을 넘어 공존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드는 조용한 스승이자 거울이다.

고양이의 특성은 개와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개는 오랜 선택교배를 통해 인간의 신호와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 왔다. 귀가한 가족을 온몸으로 반기고,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은 인간에게 강한 정서적 만족을 준다.

반면 고양이는 맹목적 복종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꼬리를 세우고 다가와 몸을 가볍게 문지르거나 곁을 맴돌지만, 개처럼 격렬한 환영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모습은 종종 무심함이나 도도함으로 해석되지만, 행동학에서는 오히려 독립적인 사회성을 유지한 결과로 본다.

고양이는 인간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자신의 생활리듬과 행동선택을 상당부분 스스로 결정한다. 인간을 절대적 지배자로 인식하기보다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적 동반자로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인은 고양이에게 특별한 위안을 얻는다. 오늘날 우리는 과잉연결의 시대를 살아간다. 직장과 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끊임없이 반응하고,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 하루 종일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지친 사람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고양이는 과장된 환영도, 감정적 보상도 요구하지 않는다.

햇볕이 드는 자리에 조용히 몸을 말고 잠들어 있거나, 책상 위를 유연하게 걸어갈 뿐이다. 이러한 담담한 존재 방식은 오히려 인간에게 심리적 여백을 만들어 준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존재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으로 가득했던 마음은 조금씩 이완된다.

고양이는 동시에 ‘타자성의 존중’이라는 성숙한 관계의 방식을 가르친다. 인간은 사랑하는 대상을 쉽게 소유와 통제의 대상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안으려 하면 빠져나가고, 지나친 접촉에는 몸짓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내가 원할 때 다가오지 않더라도, 내가 기대한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 존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차갑고 고립된 동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보여주는 애정은 선택적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하루 종일 제 시간을 보내던 고양이가 사람이 잠자리에 들면 조용히 다가와 곁에 몸을 눕히는 순간이 있다.

사람보다 조금 높은 체온이 전해지고, 만족감을 나타내는 낮고 규칙적인 골골거림이 이어질 때 많은 반려인은 깊은 안정감을 경험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교감이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제되지 않는 존재가 자신의 의지로 곁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 자발성은 어떤 복종보다도 깊은 신뢰와 위안을 느끼게 한다.

결국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도,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한 존재도 아니다. 인간이 만든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야생의 기품과 독립성을 잃지 않은 채 나란히 살아가는 동반자다. 우리는 흔히 고양이를 돌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할수록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상대를 소유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침묵 속에서도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소란스럽고 과잉 연결된 시대에 고양이가 보여주는 고요한 주체성은 인간이 오래도록 매혹될 수밖에 없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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