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6·10 민주항쟁이 오늘의 민주주의에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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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6-06-11 09:32본문
<6·10 민주항쟁이 오늘의 민주주의에 남긴 과제>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박제가 아니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나침반이다. 1987년 6월, 대한민국 전역을 뒤흔든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함성은 마침내 군사독재의 장막을 걷어내고 민주공화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드러낸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이한열 열사의 희생으로 타오른 시민들의 분노는 거대한 민주화의 물결로 이어졌고, 결국 6ㆍ29 선언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6ㆍ10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과거의 승리 자체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광장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찰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살아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첫째, 6ㆍ10 민주항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의 시민들은 국민이 지도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으며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는 선거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내용과 품질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혐오와 배제의 언어가 공론장을 잠식하고 있다.
선출된 권력이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신 또한 적지 않다. 민주주의는 단지 투표소에서 행사하는 한 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가정과 학교에서 존중받으며, 지역사회와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삶 속에서 구현된다.
6월 항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권력의 최종 주체가 국민이라는 사실이며, 이는 선거일 하루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둘째, 6ㆍ10 민주항쟁은 디지털광장 시대의 연대와 책임을 묻고 있다. 1987년의 광장은 거리였다. 대학생과 노동자, 종교인과 직장인들이 함께 최루탄 연기를 뚫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서로 다른 계층과 세대가 인간의 존엄과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 아래 연대했기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의 광장은 온라인공간으로 확장되었다. SNS와 온라인커뮤니티는 시민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 의제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을 비슷한 의견만 접하는 정보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있으며,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음모론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보다 감정이, 토론보다 공격이 앞서는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민주주의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체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987년의 광장이 보여준 포용과 연대의 정신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남아 있다.
셋째,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ㆍ경제적 민주주의를 확장해야 한다. 1987년 항쟁이 정치적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다.
청년들은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하고, 높은 주거비 부담은 미래 설계를 가로막고 있다. 자산 양극화는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저출생과 지방소멸은 국가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치적 권리가 보장된 사회라고 해서 민주주의가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렵고, 노력에 비해 기회가 제한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다면 민주주의의 토대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자유의 확대와 함께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라는 두 축 위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오늘날 6월항쟁 정신의 계승은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교육과 노동, 주거 분야에서 보다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제다.
넷째, 6ㆍ10 민주항쟁은 권력 감시의 영속성을 일깨워준다. 독재정권은 무너졌지만, 권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사회의 권력은 더욱 복합적이고 정교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국가권력뿐 아니라 거대자본, 플랫폼기업, 여론조작세력, 관료주의적 조직 등 다양한 권력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할 수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협은 과거처럼 노골적 탄압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법과 제도의 외형을 갖춘 채 권력을 남용하거나, 정보와 여론을 통제하고, 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사회를 좌우하는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권력은 감시받을 때 절제되고, 비판받을 때 건강해진다. 특정 정권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모든 권력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시민사회의 존재야말로 6ㆍ10 민주항쟁이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결국 6ㆍ10 민주항쟁이 오늘의 대한민국에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민주주의의 유기체적 성격에 있다. 민주주의는 한번 쟁취했다고 해서 영원히 보장되는 제도가 아니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멈추는 순간 퇴행할 수 있으며, 방심하는 사이 권위주의와 불평등, 혐오와 배제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가꾸고 지켜내야 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언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그리고 한 표의 권리는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박종철과 이한열이라는 청춘의 희생, 그리고 이름없이 광장을 가득 메웠던 수많은 시민들의 용기와 헌신 위에 세워진 역사적 성취다.
6월의 광장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권력의 부당함에는 단호히 맞서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민주주의의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다시 연대하라고 말이다.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갈등과 위기를 민주적 절차와 시민적 책임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 그리고 더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6ㆍ10 민주항쟁의 정신을 현재에 되살리는 길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짊어진 시대적 책무일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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