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완교수] 노인 빈곤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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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6-06-04 09:18본문
<노인 빈곤 대책 시급하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 가운데 하나는 노인 빈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는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상당수의 고령층이 중위소득 절반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적 수준의 경제성장과 문화적 영향력을 이룬 한국 사회가 동시에 높은 노인빈곤율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성장구조가 지닌 한계를 드러낸다. 노인 빈곤은 단순히 개인의 노후 준비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역사적·제도적 요인이 중첩된 구조적 문제다.
그 배경에는 한국 현대사의 특수한 발전 과정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고령층은 전쟁 이후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가 발전을 떠받친 세대다. 그러나 이들이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던 시기에는 공적 연금과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 도입되었지만, 당시 중ㆍ장년층 상당수는 가입 기간이 짧거나 제도권 밖에 머물렀다. 그 결과 현재 연금을 수급하더라도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에는 부족한 복지 기능을 가족 중심 부양 문화가 일정 부분 보완했지만, 핵가족화와 저성장, 청년세대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인해 이러한 구조 역시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세대 간 가치관 변화 역시 노인 빈곤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한국의 부모 세대는 자녀교육과 결혼 지원에 많은 자산을 투입해 왔다. 자녀의 성공이 곧 가족 전체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거비와 고용불안, 양육 부담 등에 직면한 자녀 세대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가족부양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고령층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산규모는 적지 않더라도 실제 생활에 활용할 현금흐름이 부족한 이른바 ‘에셋리치(asset rich), 캐시푸어(cash poor)’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은 보유하고 있지만 생활비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한국 노인빈곤의 특징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기초연금 확대와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상당수 노인 일자리가 단기 공공근로나 단순 업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안정적 소득 기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확대 또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기적 재정 부담과 세대 간 형평성 논란을 동반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령층을 단순한 복지수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전환하는 일이다. 고령 친화적 노동시장 구축, 재취업 교육 확대, 직무재설계와 같은 보다 실질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국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고령인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혁은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인 빈곤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청장년층 역시 미래에는 같은 구조적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복지지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연대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고, 저소득 고령층에 대한 소득보장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주택연금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자산을 안정적 노후 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정년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를 마련하고, 돌봄과 의료를 포함한 고령사회 인프라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후의 빈곤을 개인책임으로만 돌리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다.
한 시대의 성장을 떠받친 세대가 노년기에 빈곤과 고립 속에 놓이는 현실은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결국 미래세대의 삶의 안정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이고 책임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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