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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태호 교수, "변호사시험성적 비공개원칙 재고해야"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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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전원 댓글 0건 조회 4,164회 작성일 1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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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신문 목요일언 2014-03-27 ] 

현행 변호사시험법 제18조에 의하면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에 합격한 사람의 성적은 응시자 본인은 물론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으며, 불합격자만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의 서열화 방지, 법전원 교육의 정상화, 법전원의 특성화 촉진 및 이와 맞물려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 및 경쟁력을 갖춘 우수 법조인 배출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취지가 과연 어느 정도나 실현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전원 서열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법전원이 속해 있는 대학교의 서열에 준해 재현되고 있는 중이다. 점점 낮아지고 있는 변시 합격률은 변시 과목 위주의 학습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곧 합격자를 발표하게 되는 3회 변시에서는 900명, 4회 변시에서는 1400명 가량이 탈락할 예정이다. 입학정원 대비 75%의 합격률이 계속 유지될 때 응시자 중 탈락 인원수는 조만간 매년 2500명 정도가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대부분의 법전원생은 변시 합격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변시와 무관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상실할 것이며, 애초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던 법전원의 특성화는 더욱 형해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성적 비공개제의 목적은 실현 난망인 반면, 그 부작용은 분명하게 노정되고 있다. 첫째, 재판연구원,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기타 공무원 선발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각기 별도의 시험을 실시하게 만듦으로써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둘째, 법전원 출신 초임 변호사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신빙성 있는 잣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법무법인이나 기업 등 변호사 고용시장에서 학벌주의, 연고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채용구조를 조장하고 있다.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 중에서 법관을 선발·임용할 때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변시 성적 비공개제를 채택할 때 우리 사회를 각인하고 있는 문화적 요소를 진지하게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능력 본위로 돌아가지 않는 측면이 많은 우리 사회는 역설적으로 입시·채용의 정의에 강하게 집착한다. 법전원 입시 및 변호사 채용의 불투명성은 법전원 제도 자체의 신뢰도 좀먹고 있다. 독일은 변시 성적을 공개하고, 그 성적을 공직 선발·채용에 주요 스펙으로 고려하며, 그에 입각하여 나름 공정한 사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변시 성적이 변호사의 능력을 재는 절대적·영속적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우리 문화를 감안할 때 가장 공정하며 생산적인 평가요소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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