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형근 교수,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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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전원 댓글 0건 조회 966회 작성일 16-08-23 00:00본문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 입력 : 2016-08-17 오후 3:19:34
국회회의록을 보면 청탁금지법이 세월호 사건정국에서 얼마나 미완성 상태로 제정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2015년 3월 3일(화) 제331회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을 보면, 위원장은 “위원님들마다 문제 제기하고 지적하고 하는 것이 간단치 않은 문제인데, 마음 같아서는 그냥 법안명만 통과하고 싶습니다. 법안명만, 내용은 다음에 담고.”라고 되어 있다. 국회위원들이 과잉입법으로 위헌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사위 위원장이 법안 ‘이름’만 그 날 오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법안 내용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차분히 정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 날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에서도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토론이 있었다. 즉, “오늘 이 법을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에 서둘러서 처리하는 것보다는 보다 완성도 높은 법률, 흠결 없는 법률안을 다음 임시국회에 처리하면서 지금 공포로부터 1년 6개월 후에 시행하도록 돼 있는 것을 1년 후에 시행하면 오히려 완벽한 법안을 보다 빨리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법은 재석 247인 중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서 가결되었다. 이 법이 가결되자 국회의장 정의화는 “이 법은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을 드립니다”라는 인사말을 남겼다(제331회 국회본회의회의록 19면). 과잉입법의 우려를 안고 통과된 이 법에 대하여 시행을 앞둔 현재까지 국회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 노력이 없었다. 정부는 그 사이에 시행령을 제정했다.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 예정대로 시행되게 된 것이다.
그간 수많은 법의 제정·개정이 많았지만, 이 법의 관심은 대단하다. 특히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의 관심이 크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법에 관한 강의 요청이 많아 그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분들도 강의에 나서고 있다. 그 때문에 필자 역시 경향각지를 오가며 해설을 하고 있다.
이 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등의 금지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부정청탁이란 기본적으로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요청하는 것이다. 부정청탁은 이 법이 정한 15개 사항에 한정된다(법 5①). 설령 법령에 위반되는 내용을 청탁했더라도 이에 해당되지 않으면 부정청탁이 아니다. 예컨대 언론사의 임직원에게 불리한 기사의 삭제나 축소를 청탁하거나, 유리한 사실에 관한 내용의 방송을 청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청탁은 부정청탁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제5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국회에서 언론사를 이 법의 적용대상자로 추가하면서 이에 관한 규정은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실제로 이런 청탁을 하였더라도 제재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직자는 부정청탁을 받으면 그 청탁을 한 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법 7①). 그럼에도 같은 사안에 대하여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으면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법 7②). 공직자가 2회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 신고의무가 생기는데, 법령의 오해로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여기고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공직자등은 이 법을 위반한 경우에 징계처분을 받는다(법 21). 그러니 애매하면 일단 신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받는다(법 22②).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눈감아 주기 어렵게 되었다. 부정청탁이 아닌 사유를 7개 항목으로 상세히 규정해 두었지만(법 5②), 공직자는 일단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금품 수수 금지 부분은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없이 금품을 받은 경우도 처벌한다(법 8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간 공무원이 돈을 받았음에도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었던 법의 사각지대를 제거한 것이다. 이 법의 제정목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으면, 그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법 8②, 23⑤). 이 경우에는 직무관련성만 요구하고, ‘대가성 여부를 불문’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았는데도 과태료만 물리고 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엄격히 구분하여, 대가성이 없다면 뇌물은 아니라는 전제로 보인다. 그렇지만 앞으로 직무와 관련하여 받은 금품이 형법상 뇌물이냐, 아니면 청탁금지법상의 수수금지 금품이냐 문제될 것이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상태에서 금품을 받으면 뇌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니 직무와 관련하여 1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으면 과태료만 내면 된다고 생각할 것은 아니다.
물론 공직자도 생활을 하면서 금품등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급여도 받아야 하고 민사관계로 인한 돈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를 상세히 정하고 있다(법 8③). 사전에 법으로 정할 수 없는 내용을 규율하기 위하여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이라는 포괄적 규정도 두었다. 어느 사항이 이에 해당될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판례의 축적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출판사는 교수에게 신간서적을 증정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해 본다. 1회에 100만원 이상의 책을 받거나, 1년(회계연도) 동안 300만원 초과할 만큼 받는다면 이 법 위반이 된다(법 8①). 실제로 이런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교수와 출판사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책의 증정이 홍보용품이거나 학문연구를 위한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등의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받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출판사가 교수에게 책을 제공하는 목적이 강의교재로 채택되어 판매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취지도 있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과태료는 행정질서벌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대부분 행정청이 부과한다. 이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결정한다. 그런데 이 법에서는 처음부터 법원에서 부과하도록 했다(법 23⑦). 법원의 업무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태료 부과가 법원마다 다르면 부과기준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 같다. 그렇지만 워낙 다양한 위반행위 때문에 벌금형 양형기준 정하려는 것처럼 쉽지 않을 듯하다.
이 법은 금품전달의 우회적인 통로로 공직자의 배우자가 이용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거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때는 신고를 해야 한다(법 9①). 그러니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된 자와 식사라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공직자는 신고해야 한다. 금품제공의 의사표시만 받았어도 마찬가지다. 공직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신고하지 않으면 형벌이나 과태료 제재를 받는다(법 22①, 23⑤). 사실상 공직자가 받은 금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금품을 받거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았던 배우자에 대하여 청탁금지법은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금품을 받은 배우자의 행위가 적법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위로 배우자가 금품을 받게 되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배우자가 공직자가 취급하는 사무에 대하여 청탁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법이 정착될 때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준법은 비오는 날의 우산처럼 자신을 보호해 주고 사회공동체도 지켜준다. 맑고 깨끗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법을 지킨다는 것은 한편으로 손해 보며 살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https://www.lawtimes.co.kr/Leaders-Talk/View?serial=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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