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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정형근 교수님,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에 부쳐(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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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4,305회 작성일 20-04-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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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 2월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가 임박했다. 지난 1949년 고등고시 사법과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변호사가 양성되었다. 그해 제정된 변호사법은 판ㆍ검사에게 변호사 개업을 허용했다. 그 결과 퇴직한 판ㆍ검사는 변호사다운 전문성은 있지만, 전관예우 등 불공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6ㆍ25 전쟁이 일어나자 판ㆍ검사들이 월북하거나 납북당하여 행방불명이 많았다. 그런 중에 북진통일이 되면 장차 북한 지역에 설치할 법원, 검찰청에 보낼 판ㆍ검사가 필요하다는 약간 황당한 이유로, 시보 기간을 거치지 않고 판ㆍ검사로 임용할 수 있는 ‘판사 및 검사 특별임용시험법’을 만들었다. 응시 자격은 법원, 검찰 등에서 재직 중인 공무원 등에게 부여됐다. 1950년 판사 정원은 212명인데 약 39명이 실종 상태였다. 검사도 178명 정원에 40명이 결원이었다. 그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판사 21명이 하루에 30건씩 처리했다. 전쟁 중에 갑자기 생긴 행운을 잡은 93명이 판ㆍ검사가 되었다. 1962년에는 법관의 자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위 법은 폐지됐다.

반면, 전쟁 중에 스스로의 노력으로 잇속을 챙긴 집단이 있었다. 법무 장교로 임관된 군법무관들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치열한 입법 로비를 했다. 군법무관들은 한강 인도교 폭파사건 등 많은 사건을 군법회의에서 처리했다. 그 당시 군법무관 중에는 고시 사법과에 합격 후 복무 중인 40명과 변호사 자격이 없는 법무장교 155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판ㆍ검사처럼 퇴직한 후에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기를 원했다.

육군법무감 손성겸 준장은 1951년 부산 피란국회 때 ‘군법무관임용법’을 제정하는데 힘썼다. 그 결과 “본법에 의한 군법무관은 변호사의 자격이 있다”는 규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2년 안에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는 군법무관 임용시험을 시행하게 했다. 국회 회의록에는 “법무장교는 퇴직 후 앞길이 막연하므로 그들을 동정하는 차원에서 변호사 자격을 주자” “군법무관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지 않으면 그들은 불안한 가운데 재판을 하기 때문에 재판의 공정을 기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라는 말도 나온다. 그리하여 1953년 1년 동안에 4회나 ‘군법무관임용고시’를 실시했다.

전선에서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을 때, 장교들은 전역 후 생업을 위해 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변호사 자격이 있던 군법무관들이 출제와 채점을 맡았다. 그해에 법무감 A소장, B준장과 나중에 검찰총장이 된 신직수 등 92명이 합격했다. 다른 공무원들도 이를 본받아 세무사, 변리사 등의 자격을 퇴직과 동시에 취득하려는 입법에 나서게 되는 나쁜 선례가 되었다.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던 군법무관 시험은 2005년까지 시행된 후 사실상 폐지됐다. 현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군법무관으로 주로 임용된다.

한국 변호사 역사에서 사법시험을 빼놓을 수 없다. 1963년부터 시행된 사법시험은 학력 제한도 없는 만인에게 평등한 법조인 등용문이었다. 오직 실력으로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었기에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이 시험에 뛰어들어, 대학은 고시 열풍에 휩싸였다. 이런 치명적인 매력이 결정적인 약점이 되어 사법시험은 생명이 단축됐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자, 54년간 존속했던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되었다. 이제 로스쿨만 졸업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졸업 후 5년 안에 변시에 합격하지 못 하면 응시 자격이 박탈된다.

이 제도의 위헌 여부를 재판 중인 헌법재판소가 응시 기회를 박탈당하여,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재도전의 길을 열어 주기를 바란다. 이번 변시 합격자 발표는 수험번호가 아닌 성명으로 공개된다. 합격자 명단에 선명히 적힌 자기 이름을 발견하는 기쁨이 수험생 모두에게 있기를 기원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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