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정형근 교수님, 사법史 암흑의 날, 4월 9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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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7,416회 작성일 20-04-01 09:42본문
교정을 산책할 때는 도서관 옆에 있는 평화동산에 들른다. 그 곳에 책을 펴들고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 듯한 고 이수병 선생의 추모 동상이 있다. 그의 약력이 기재된 비석에는 “1975. 4. 9.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이라고 적혀 있다.
이수병은 1961년 5월 서울운동장에서 개최된 ‘통일촉진궐기대회’에서 학생대표로 나서 ‘남북학생회담을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연설했다. 그는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고 외쳤다. 그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혹독한 고문과 협박을 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었다.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이수병, 서도원, 도예종, 하재완, 김용원, 우홍선, 송상진, 여정남에 대하여 고문으로 조작한 사건이라는 호소를 외면하고 사형판결을 확정했다. 다음 날 새벽 박정희 정권은 판결 선고된 지 18시간 만에 8인 전원을 사형시켰다. 그래서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 한다. 이 사실을 모른 가족들은 아침에 면회를 하려고 서울구치소로 갔다가 사형집행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유신정권은 판사들의 적극적 협조로 유지되다가 종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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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판·검사들의 권한행사에 국민들이 관여해야 한다. 검사가 기소를 하거나, 판사가 유ㆍ무죄를 결정할 때도 시민(배심원)의 의견이 구속력을 갖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법정을 비롯하여 공의가 있어야 할 곳에 불의가 넘치기 때문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 군부는 계엄령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음습한 환경이 되면 독버섯이 솟아난다. 언제든지 지금의 평화는 한순간에 끝이 나고,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될 수 있다. 그래서 4월 첫날,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민주사회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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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31115805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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