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 커뮤니티
  • News & Event

[컬럼] 정형근 교수님-청와대 불상은 왜 위헌 논란이 없을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386회 작성일 21-08-25 09:15

본문

미국 텍사스 주의회 의사당에 있는 십계명 비석. ©게티이미지뱅크


047f11c5-4523-4333-9db1-c6d7f160f471.jpg


미국 텍사스 주의회 의사당에는 1961년 자선활동과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던 단체가 기증한 십계명이 적힌 비석이 있다. 이 비석은 높이 6피트(약 183㎝)로 미국 국기를 움켜쥔 독수리, 피라미드 안의 눈, 고대 문자로 보이는 두 개의 작은 판이 십계명과 함께 새겨져 있다. 텍사스 출신 변호사 토마스 반 오든은 2002년 의사당 부근에 위치한 도서관을 지나던 중에 40년 동안 그곳에 자리 잡고 있던 십계명 비석을 보게 되었다. 그는 종교적 내용이 담긴 십계명 비석을 공공건물 부지에 두기로 한 텍사스주 결정이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며 주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지사는 십계명 비석이 종교적 상징물이라도 서구 역사상 법률과 생활 속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공공장소에 전시될 가치가 있고, 청소년들에게 바른 규범을 제시하기 위한 비석의 설치 목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 비석이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도 2005년 대법관 5:4로 십계명 비석이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제도 저변에 전능한 존재를 상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종교의식을 준수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주의회를 개원할 때 사제가 축복기도를 올리고 그 비용을 정부가 지출하는 것은 합헌이다.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의 형상은 연방대법원 법정을 비롯하여 법무부 건물 안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십계명이 종교적 의미 또는 특정 종교의 교리와 일치하는 것을 홍보한다고 하여 그 자체가 국교 금지조항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8cbc1981-9849-4213-97f8-e938f5a28e5d.jpg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는 석불좌상. 청와대 제공


우리나라 청와대에도 불교의 상징인 불상이 있다. 만약 어느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불상을 설치하였다면, 특정종교 편향 시비에 그치지 않는다. 탄핵을 당하여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다. 헌법상 국교는 인정되지 않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국가는 특정 종교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종교에 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특정 종교를 차별해서도 안 된다. 법은 국가의 종교중립을 위하여 공무원에게 종교중립의무를 부과한다.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공무원은 소속 상관이 종교중립에 위배되는 직무상 명령을 한 경우에는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지만, 국가공무원법은 종교중립에 위배되는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이 종교중립의무를 규정하므로, 대통령이 청와대에 불상을 설치한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라서 탄핵사유가 된다.

그럼에도 청와대 불상은 위헌 논란이 없다.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1912년경 경주에 시찰을 갔다가 발견한 후 서울 남산에 있던 총독 관저로 옮겼다. 총독 관저가 1927년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이전함에 따라 불상도 함께 옮겨져 오늘에 이르렀다. 나라 잃은 백성이 겪었던 고난을 불상도 함께 겪어 왔다. 해방이 되었음에도 이 불상은 100년이 넘도록 경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제 청산 차원에서 불상을 옮기려고 해도 혹시 모를 흉사에 대한 염려 때문에 신중해진다. 그래서 종교와 분리할 수 없는 인간의 역사에서 종교적 상징물이 국가시설에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십계명 비석이나 불상이 관습화된 문화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에 종교의 영역이 아닌 보호해야 할 전통문화의 의미를 갖게 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출처 및 원본 : 청와대 불상은 왜 위헌 논란이 없을까 (hankookilbo.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