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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정완 교수] 미래대응기금, 신중히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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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26-07-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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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신중히 설계해야


정부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초과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인구절벽과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인 소모성 지출을 줄이고, 인구 위기 극복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투자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경기호황기에 발생한 초과재원을 무분별하게 지출하지 않고 기금에 적립해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완충장치로 활용하고, 정치권의 선심성 추가경정예산 편성압박을 제도적으로 억제하겠다는 방향 역시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일정한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재정 구조의 현실과 현행법 체계가 안고 있는 제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교한 제도 설계와 법적 보완없이 기금을 신설할 경우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정부 재량만 확대하는 또 하나의 재정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국가재정법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한 회계연도의 최종 잉여재원인 세계잉여금의 처리방식은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법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지방교부세 등을 우선 정산하고 공적자금을 상환한 뒤 남은 재원의 최소 30% 이상을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가채무가 1,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법이 요구하는 채무상환원칙 보다 새로운 기금 적립을 우선시한다면 재정 건전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래투자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기존 법적 의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정책의 정당성과 신뢰성 역시 약화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 세수 구조의 높은 변동성이다. 우리나라 세수는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의 실적과 부동산 거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연도별 세수 편차가 매우 크다. 실제로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한 직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나타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안정적 기금 적립이 쉽지 않으며, 경기침체기에 기금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하면 미래투자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또한 기금은 일반회계보다 국회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어 정부재량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기존 저출산 대응 기금이나 기후대응 기금과 기능이 중복될 경우 재정운용의 비효율성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미래대응기금이 실질적 국가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국가재정법 제90조를 개정해 세계잉여금의 국가채무상환과 기금적립비율을 명확하게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세계잉여금의 일정비율은 국가채무 감축에, 나머지는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도록 명문화한다면 재정 건전성과 미래투자라는 두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원을 초과세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부펀드나 공공자산 운용수익 등 다양한 재원과 연계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기금 사용처를 원천기술연구개발(R&D), 저출생 대응인프라 구축 등 국가의 장기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로 법률에 명확히 제한함으로써 정치적 목적에 따른 임의적 지출을 방지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초과재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재정원칙을 제도화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입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원금은 유지한 채 연간실질수익률 범위 내에서만 재정을 운용한다. 싱가포르 역시 투자수익의 일정 범위만 정부예산에 활용하도록 헌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사례의 핵심은 단순히 기금을 조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법적 통제와 재정규율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한국의 미래대응기금 역시 이러한 원칙을 충실히 반영할 때 비로소 미래세대를 위한 안정적 투자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결국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는 재정정책은 화려한 명분이 아니라 명확한 법적 근거와 일관된 재정원칙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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