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정완 교수] 반복되는 개인정보유출, 기업책임 강화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6-06-22 17:13본문
<반복되는 개인정보유출, 기업책임 강화해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조사에 착수하고 기업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사한 유형의 사건이 다시 등장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복 구조는 단순한 기술적 실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비용 체계가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개인정보보호는 “중요한 가치”로는 인정되지만, 경영 현장에서는 종종 “직접적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는 비용항목”으로 분류된다.
반면 데이터는 광고, 추천알고리즘, 타겟마케팅 등 다양한 수익모델의 핵심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 비대칭 구조가 개인정보 과잉 수집과 장기 보관을 구조적으로 유도한다.
실제로 많은 서비스는 본질적 기능 제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까지 폭넓게 요구한다. 생년월일, 성별, 주소 등 기본정보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식별체계와 연동된 정보까지 수집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충분히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의 항목은 복잡하게 분리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전체 동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형식적으로는 선택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강제에 가까운 동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의 책임 구조다. 현재의 법ㆍ제도 환경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제한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과징금, 소송비용, 이미지 손실을 모두 합산하더라도 기업 전체 경영에 치명적 수준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정보 주체가 입는 피해는 장기적이고 회복이 어렵다. 이 불균형이 기업의 보안 투자 유인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일부 기업은 보안 투자를 “예방비용”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 대체비용”으로 계산하게 된다. 즉, 충분한 수준의 보안 투자보다 사고 이후의 비용이 더 낮다고 판단되는 순간,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특정기업의 문제라기보다 시장구조와 규제설계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뿐 아니라 책임구조 자체가 재설계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강력한 제재체계를 통해 기업의 위험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매출 기반의 과징금을 통해 데이터보호의무를 실질적 경영리스크로 전환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집단소송과 규제기관의 제재를 통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크게 확대해 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더 큰 벌금”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 기업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예측 가능하고 충분히 무거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보안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보안비용이 부담이 아니라 생존조건이 되는 순간,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제도 역시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과징금 상향과 제재 강화는 그 출발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과징금을 단순히 국고로 귀속시키는 것을 넘어 피해자 구제 체계와 직접 연결하고, 기업이 정보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입증책임 측면에서 더 엄격히 부담하도록 제도 설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기업이 스스로 완벽에 가까운 방어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유출 사고는 형태만 바뀐 채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개별사건에 대한 사후 대응이 아니라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347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