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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완교수] 수사·기소 분리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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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행정실 댓글 0건 조회 47회 작성일 26-06-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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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소독점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직접수사 권한까지 행사하며 사실상 형사절차의 출발과 종착을 좌우해 왔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은 범죄 대응에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권력남용과 정치적 편향성, 선택적 수사와 불기소 논란을 끊임없이 야기해 왔다.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도입된 제도가 검찰시민위원회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다. 시민이 검찰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검찰권의 독점성을 완화하고,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과연 이러한 목표가 충분히 달성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 제도는 각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시민위원회와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이원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사건과 사회적 관심이 큰 중대 사건을 구분하여 처리한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경우 그 적정성을 판단하는 부의심의위원회의 상당 부분을 지방 검찰시민위원들이 담당하는 구조는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일반시민이 전문가 심의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제도적 정합성 측면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위원회의 독립성이다. 현재의 시민위원회와 수사심의위원회는 모두 검찰조직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위원 구성과 운영, 사건 회부 절차 역시 검찰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참여가 검찰 의사 결정에 대한 실질적 통제가 아니라 정당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면, 제도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검찰 조직이 아닌 법원 산하 독립기구로 운영되며, 일반시민들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심사한다.

특히 일정한 절차를 거쳐 두 차례 기소 상당 의결이 내려질 경우 검찰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는 강제기소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시민의 판단이 단순한 권고를 넘어 실질적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한국 제도와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시민에게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시민이 여론이나 감정에 영향을 받아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무리한 기소가 증가할 경우 피의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엄격한 절차적 요건과 충분한 숙의 과정, 전문가의 보조적 자문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재처럼 검찰이 사실상 최종결정권을 독점하는 구조가 민주적 통제 측면에서는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 논의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여 권력남용의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 개혁의 핵심 취지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고 해서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자동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설령 검찰이 직접수사 기능을 상당 부분 내려놓더라도 기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검찰에 남게 된다. 결국 수사ㆍ기소 분리는 권한 구조를 개편하는 개혁이며, 시민참여제도 강화는 그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개혁이다. 두 과제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특히 수사ㆍ기소 분리가 진전될수록 시민통제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질 수 있다. 검찰이 순수한 기소기관으로 재편될 경우 기소독점권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면 재판이 시작되고, 기소하지 않으면 사건은 사실상 종결된다. 따라서 기소 여부에 대한 시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검찰개혁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사심의위원회 제도의 또 다른 한계는 사건 선별권이 사실상 검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부의 여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위원회가 검찰에 유리한 사건 위주로 활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피해자의 권리구제와 사법적 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를 낳는다. 피해자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충분한 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검찰청 산하에 설치된 각종 심의기구를 검찰조직으로부터 독립된 준사법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의 시민위원회와 중앙의 수사심의위원회로 나뉜 구조를 정비하여 시민의 상식과 전문가의 전문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단일한 국민참여형 심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의결과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현재처럼 권고에 그치는 구조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고위공직자 범죄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 위원회의 결정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되 우리 법체계에 맞게 제한적 강제기소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해 완성된다. 검찰권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시민참여가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통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수사ㆍ기소 분리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완성되지 않는다.

검찰권의 최종 행사인 기소 여부에 대해 국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견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적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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