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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마인드를 배워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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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재원 댓글 0건 조회 3,048회 작성일 06-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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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대에 입학하면서 부터 지금까지 리걸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무척이나 많이 들었는데 도무지 무엇이 리걸 마인드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분명 배웠는데 말이에요.

어쩌면 저의 이런 발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출발부터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우리가 성악과에 가서 성악을 배운다고 했을 때, 음악을 몇곡 외워서 부를 수
있으면 성악을 배운 것이 될까요? 물론 발성법이나 기타 다른 것도 있겠지만요.


마치 영어를 배우면서 단어 몇개를 외웠다고 영어를 다 배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면서 우리가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 봅니다. 교수님들은 분명 우리에게 리걸 마인드를 가르쳐 주시고 싶어하시고
그걸 가르쳐 주고 계신데, 우리는 그 숨은 뜻은 모르고 표면의 단어만 외우고나서
나도 이정도는 한다고 만족해 버린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마음도 간절하구요.

아무래도 한국에선 레포트 하나 쓸려고 하면 책을 여러권 뒤지고, 논문도
여러편 찾아서 목차를 잡아 쓰는 형편인데, 미국 로스쿨은 책한권으로 한학기를
마무리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법학이론 중심의 한국
교과서와 판례중심의 케이스북 위주로 수업을 하는 미국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겠지요.

어느 것이 나쁘고, 어느 것이 좋다고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일본, 미국, 독일의
교육 방식 도입을 논하는데 있어 그렇게 썩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차피 법률의 배경이 되는 문화가 전혀 다른 상태에서 단점만 찾아내서
공격을 하면 단점만 보이는 것이고, 장점만 찾아내서 부각을 시키면 장점만 보이는
것이 바로 비교법 연구의 단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단점이라기 보단 어떤 면에서 한계라고 해야 하겠지요. 총장님께서 비교헌법
시간에도 말씀하셨지만, 문화인류학이나 지역학 등의 인접학문들이 똑같이 발전해
오지 않으면 법학자 단독으로 비교법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
입니다.

앞선 나라들 처럼 외교관들이 각 지역의 법제도, 문화 등등을 본국으로 정확히 송부
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심지어 외국에 사는 유학생들을 위한 지역 안내
시스템 조차 정착되어 있지 않는 우리 입장에서 외국법을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 생각해요.

결국 리걸 마인드를 배운다고 하는 것은 이런 문화적 배경이나 제도적 틀을 근본적
으로 꿰뚫는 툴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쉽게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도 많이
해봅니다. 우리 처럼 힘들게 도제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판사, 검사, 로펌 변호사,
그리고 학자로서의 깊이 있는 리걸 마인드를 익히는 방법도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도제교육 과정을 거칠 수 없는 1년차 예비 법조인들과 우리 대학생들이 조금
이라도 더 리걸 마인드에 근접한 툴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까 그것을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쉽게 만들어 질 순 없겠지만 로펌의 교육과정
이나 법원과 검찰의 신입 법조인들의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참고로 미국은 판결문에서 로펌의 법률의견서, 고객에 대한 안내서는 물론이고,
로스쿨 학생들의 시험답안에 이르기 까지 상당히 유사한 글쓰기 훈련을 받게되는
반면, 한국은 학교에서의 에세이식 레포트, 법원은 부장판사님들마다 다르게
운영하는 판결문 작성법, 로펌마다 다른 법률의견서 작성법, 제각각인 신입로펌
변호사들의 초안 작성법 등등 도제교육 이전의 통일된 문서작성법 교육이 존재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최소한 법조인의 기본 창조물인 문서작성법의 교육법 만이라도 통일시킬 수 있다면
이러한 리걸마인드 교육의 일부가 잡혀지지 않을까 하는 힌트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유치원때부터 토론식 교육과 매주 한가지 이상 발표를 하는
습관을 가진 나라이고, 입학시험 단계에서 글쓰기 테스트를 끝낸 상황이라 우리처럼
글쓰기나 토론 교육이 전혀 없는 교육과정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무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즈음은 다르다라고 하는 것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려고 많이 노력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같다면 우리가 배울 것은 없겠지만, 우리가 다양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 말이지요.
다르다와 틀리다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우리 언어문화와 위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는 서양언어들과의 문화적 차이점도 배움의 큰 기초가 되겠지요.

더운데도 열심히 공부하는 멋진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유학을 준비하거나, 미국법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을 위해서 글을 올립니다.

최재원 올림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1-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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